지구는 피조물, 하나님 형상 인간
존귀함 인식, 돌보는 일 인간에게
시대적 요구 합리적 대응할, 좋은
분석과 대안 많이 개발 제공 필요

고신
▲패널 토의 모습. ⓒ위원회

예장 고신 기후환경위원회(위원장 이세령 목사)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교회(담임 권수경 목사)에서 ‘2024 기후환경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예장 고신 총회가 2023년 제73회 총회에서 본격 구성한 기후환경위원회에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선하게 다스리는 책임에 참여하기 위해’ 기획했다. 세미나에서는 권수경 목사가 ‘개혁주의 관점에서 본 기후환경 이슈’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권수경 목사는 “사회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던 고신 총회가 사회적 이슈 가운데 최첨단이라 할 환경 문제를 다루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 점은 총회가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더욱 폭넓게 인식한 결과”라며 “최근까지 환경 문제는 소위 진보적 교단이 주로 관심을 가진 영역이었으나, 이제 성향을 떠나 교회 전체가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운을 뗐다.

대기오염을 시작으로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온실가스 등 기후환경의 여러 문제점들과 국제적 대처, 그리고 일각의 기후위기 부정 움직임 등까지 열거한 뒤, 교회의 참여와 대처 방안을 살폈다.

권 목사는 “기독교는 기후변화 문제와 환경보호 이슈에 대체로 적극 동참해 왔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구를 보호하는 문제이니,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를 믿는 사람으로서 책임을 느낀 것”이라며 “사실 교회는 환경 위기에 대처하기 전에 회개부터 했어야 옳다. 첫째는 이토록 놀라운 거주 환경을 주신 하나님께 지금껏 제대로 감사하지 못한 잘못이고, 둘째는 창조하신 후 관리 책임을 맡기셨던 우리의 무책임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의 환경 참여를 위한 가장 중요한 원리는 하나님이 인류에게 내리신 소위 문화명령(창 1:28)으로, 이 구절은 피조물을 향한 인간의 책임을 가르치고 있다”며 “기독교가 환경 파괴 주범으로 공격받는 것이 이 구절을 잘못 이해한 결과이므로, 기독교적 대응 및 환경운동은 당연히 그 구절의 정확한 뜻을 천착하고 해명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교회 지도자들이 1994년 ‘피조물 보호에 대하여’라는 글을 발표했다. 현재 위기를 기술적 위기가 아닌 영적 위기로 파악하면서 먼저 피조물을 훼손한 잘못을 회개하고, 성경적 신앙이 환경 문제 해결에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환경을 향한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천명한다”며 “로잔 운동도 피조물 돌봄이 복음 선포의 본질적 사역임을 발표한 케이프타운 서약에 근거, 2023년 6월 환경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복음주의 진영이면서 지구온난화가 인간 대문이라는 과학적 합의를 부인하고 기후위기 완화 노력에 비판을 쏟아내는 등 거의 정반대로 반응하는 이들이 미국에 있다”며 “규제 아닌 발전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2000년 ‘콘월 선언’이 그것으로, 주로 정치적 이유 때문에 나오는 주장”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이러한 미국 복음주의 우파의 태도는 기독교 교리와 학문의 관계에 대한 독특한 입장이다. 한편으로 진화론 반대와 나란히 놓여 반과학으로 비치고, 한편으로 독특한 종말론을 믿으면서 기후변화 대책에 부정적”이라며 “학계는 복음주의 우파의 대응을 반과학적 태도로 규정해 비판하면서, 이를 진화론에 대한 반대와 연결한다. 그러나 기본적인 유신론/무신론 문제가 아니므로 둘을 동일선상에 놓고 논의하기는 어렵고, 진화론을 거부하면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성경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정치 이념의 영향을 상당히 받는 편이지만, 놀랍게도 기후환경 분야에서는 든든한 일치를 보인다. 전반적으로 보수 성향을 지난 한국교회가 조금 늦긴 했지만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어쩌면 진영을 떠나 한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기후변화’라는 주제가 각종 이슈마다 나눠지는 한국교회를 다시금 하나로 이어주는 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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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경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위원회

결론으로 권수경 목사는 ‘개혁주의 생태신학’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 대응에 신학이 필요한 이유는, 짜임새와 일관성을 갖춘 신학 없이는 비슷해 보이는 성경 구절을 큰 맥락 또는 성경 전체 맥락과 무관하게 단편적으로 인용해 그릇된 이해나 적용에 이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생태신학은 생태계 전반을 주 대상으로 하되, 지금의 환경 위기를 배경으로 한다. 용어도 환경신학보다는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 인간과 피조물 위치와 역할 등을 포괄적으로 담은 생태신학(ecotheology)이 무난해 보인다”고 정리했다.

권수경 목사는 “생태신학은 환경 위기 상황 가운데 성경의 눈으로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성찰해 손상된 환경을 회복하고 보존하는 일을 핵심 주제로 삼는다”며 “개혁 생태신학도 삼위일체적 틀을 갖고, 성경적 창조 신앙을 토대로 자연의 의미, 인간의 지위, 인간-자연 관계 등에 천착하되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주는 계시로서 자연의 역할과 자연에서 하나님을 찾아보려 한 자연신학과의 관계도 함께 살펴야 한다. 요즘 핫한 동물의 지위도 당연히 탐구하고, 우주의 의미를 탐구하는 형이상학과 사람의 올바른 태도를 논하는 윤리학도 포함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권 목사는 “개혁신학 태동 무렵이나 발전 시기에는 환경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문제가 된 이 시대에는 개혁신학의 관련 활동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저명 신학자 가운데 개혁신학을 표방하는 이도 별로 없다”며 “우리가 인용하는 개혁신학자는 칼뱅 같은 16세기 인물부터 20세기 아브라함 카이퍼(1837-1920) 등 1백 년 전 세상을 뜬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 시대에 요구되는 개혁 생태신학은 개혁신학이 역사적으로 정립해 둔 제반 원리를 우리 시대의 환경 문제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세워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개혁신학은 무엇보다 성경에 기초한 신학이므로, 바른 출발점은 말씀에 대한 바른 연구일 것이다. 성경 가운데 환경 및 생태 관련 구절을 더 깊이 천착해 본문의 정확한 의미를 규명해야 한다”며 “특히 창조주이시며 우리와 같은 사람이 되어 오셨고 오늘도 피조물을 보존하시며(히 1:3) 회복하시는 그리스도께서 ‘창조자(Creator)-보존자(Sustainer)-중보자(Reconciler)’로 인간 및 피조물과 어떤 관계에 계시는지, 그 관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수경 목사는 “창세기 1장 26-28절 문화명령은 앞서 말했듯 기독교적 환경 운동에서 의당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중요한 본문으로, 잘 연구하면 피조물 통치에 담으신 하나님 뜻의 실마리라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하나님 형상’의 의미를 드러내 말하지 않고 있는데, 히브리어 문법적 수(단수→ 복수→ 단수)와 병행구를 생각한다면, 하나님과 '닮은 점'을 가리킨다. 삼위 하나님이 세 하나님이 아니라 한 하나님이시듯, 사람도 다수지만 함께 하나가 되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권 목사는 “하나님이 삼위이시면서 한 하나님이신 원리는 한 마디로 사랑이다. 성부, 성자, 성령이 서로의 안에 계셔서 서로 사랑하는 상호내주(페리코레시스)”라며 “하나님 형상을 사랑으로 풀 때, 문화명령 곧 피조물을 정복하고 통치하라는 명령의 실행 원리도 사랑임이 드러난다.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것이 강압적·공격적 의미를 갖고 있지만, 그 실행 원리가 사랑이라면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은 사랑의 하나님을 본받은 사랑의 존재로서 그 사랑으로 피조물을 정복하고 통치해야 한다. 이것이 개혁주의 환경신학의 토대”라고 정의했다.

그는 “개혁 생태신학을 위한 또 다른 토대는 창세기 2장의 ‘인간 창조 기사’다. 하나님 형상인 사람의 모습은 여자를 창조하신 데서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하나님은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 하시고 하나 더 만들기로 하셨다”며 “혼자 있는 것은 좋지 않고, 서로 돕는 존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서로 도우며 존재하는 것이 바로 사람다운 존재 방식, 곧 사람을 암-수로 창조하신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다.

권 목사는 “아담은 ‘내 뼈에서 나온 뼈, 내 살에서 나온 살(창 2:23)’이라는 말로 본디 한 몸이었다는 일체감과 유대감을 강조했다. 하나가 둘이 됐다가 다시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바로 사랑 아닌가”라며 “본디 하나였기에, 사람은 다시 하나 될 수 있다. 하나님이 사람을 암-수로 만드신 뜻이 여기 있다. 바로 사랑의 연합”이라고 덧붙였다.

권수경 목사는 “사랑의 연합은 1차로 결혼과 가정을 세우심을 뜻하지만, 이 결합이 유대인과 이방인의 결합, 나아가 그리스도와 교회의 결합까지 뜻하는 것을 보면 단순한 남녀 결합을 넘어 인간 본질에 대한 말씀 곧 사랑으로 연합해야 하는 존재임을 가르친다. 그게 바로 서로 도우며 공존하는 인간의 모습”이라며 “사람을 하나 더 만드시기 전 동물과 새를 만드신 이유도 같은 사랑으로 정복하고 통치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고신
▲기념촬영 모습. ⓒ위원회

끝으로 “이처럼 교회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해야 하고, 동시에 세계관 충돌을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믿지 않아 다른 세계관을 가진 이들과 함께 대화하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과 환경과 생태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진리에 대한 확신으로 성경에 기반한 기후 관련 문서를 풍성하게 생산하여, 다른 세계관을 가진 이들과 경쟁해 그들을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 목사는 “지구가 하나님의 피조물임을 인식하고, 하나님 형상 인간의 존귀함을 인식하고, 지구를 돌보는 일을 사람에게 맡기셨다는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그리고 인간의 죄 때문에 피조물도 타락한 상태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그러면서도 시대적 요구에 가장 합리적으로 대응할, 좋은 분석과 대안을 많이 만들어 제공함으로써 세계관 싸움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갈등이 생길 때, 바른 신학이 있다면 바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이 일을 진지함과 신실함으로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지구를 걱정하며 후세대를 염려해 이 일을 하는데, 정치화해 조롱하거나 빈정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진지함은 기후변화를 반대하는 이들뿐 아니라 찬성하고 적극 대처하려는 이들을 대할 때도 가져야 할 태도다. 이것이 우리의 영적 싸움이다. 육의 싸움에서 이기고 영의 싸움에서 지기를 마귀는 기대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이 싸움이 학문이나 정책 현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삶의 현장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 성도들을 깨우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점에서 현장 목회자들의 인식이 중요하고 총회는 그런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소박한 삶을 생활화하고, 재활용에 힘쓰는 일까지 가르치고 훈련시켜 현장에서 실현되게 해야 한다.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 시대 하나님의 부르심이다. 우리를 행악자로 비방하는 이들 앞에서 끝까지 선을 행하여, 기어이 우리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시게 해야 한다(벧전 2:12; 마 5:16)”고 했다.

이어진 2부에서는 이세령 목사(복음자리교회) 사회로 권수경 교수와 김대중 목사(대전한밭교회), 임은채 박사(광주녹색환경지원센터) 등이 패널토의를 진행했다.